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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모로코 3 [베르디에의 세계오지여행]

Jay.B.Lee 2008. 1. 14. 11:02
 
 
                                             [베르디에의 세계오지여행]
 
                                                     모로코 남부
 
사하라사막의 관문 자고라
와르자자트~아그데즈~자고라 간 사막강(江) 따르는 여정
오랫동안 이어진 내 모로코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사막으로 향하는 관문’이라고 불리는 자고라(Zagora)였다. 자고라는 거대한 사하라 사막이 시작되는 곳이자 대상(隊商)들이 미지의 도시이자 세상 끝을 상징하던 팀북투 (Timbuktu·아프리카 서부 말리의 중부 도시)로 길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쉬었다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잇 벤하두 크샤르(요새도시).

자고라에서 조금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메마른 사하라 땅이 보이기 시작하며, 이곳은 아랍인들이 거주하는 북아프리카와 흑인들이 거주하는 서부 아프리카의 경계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


언제나 이름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사하라 사막에 발을 딛기 위해 일단 와르자자트(Ouarzazate)로 향한다. 와르자자트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해발 2,350m의 티지 엔 티카(Tizi N Tichka) 고개를 넘어야만 한다. 무려 200km에 뻗어있는 이 험한 산길은 가뜩이나 폭이 좁은 도로인데다 지그재그 형태가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 굳이 운전하지 않고 차 안에 앉아 있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 사하라 사막이 시작되는 입구에 위치한 마지막 오아시스.

마치 서커스의 공중곡예처럼 산 끝자락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 앉아있는 내 몸은 본능적으로 커브를 돌 때마다 저절로 낭떠러지 반대쪽으로 잔뜩 힘을 준 채 구부려지곤 했다. 특히 야간 버스를 타면 세상의 어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도 이런 스릴을 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커브 때마다 닭살이 돋곤 했다. 내 옆에 앉은 브라질 여자는 커브를 틀 때마다 십자성호를 그으며 몸을 떨곤 했다.



이국적인 카스바 양식의 결정체 아잇 벤하두


이 스릴만점의 공중곡예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안심의 한숨을 내쉬면 모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사르(Ksar·요새로 둘러싸인 도시)로 알려진 아잇 벤하두(Ait Benhaddou)에 닿는다. 와르자자트에서 30km 떨어진 이곳은 베르베르족 특유의 건축양식으로 지은 요새 도시로, 비록 하이 아틀라스(High Atlas) 산맥의 드라 계곡(Draa Valley)나 다데스 계곡(Dades Valley)에 산재하는 크고 작은 요새 도시들과 비슷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규모에서나 세심한 기법에 있어서나 다른 어떤 요새 도시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런 아름다움을 인정한 유네스코 또한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이곳에 들어서면 당신을 안내하고 싶어하는 동네 청년들이 다가와 이곳에서 촬영한 유명한 영화 제목들을 읊어댈 것이다. 워낙 독특한 건축양식과 주변으로 황량하게 펼쳐진 메마른 땅이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하다 보니 실제로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최근에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로는 ‘미이라’, ‘글레디에이터’,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 등이라고 한다.


▲ 사막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흐르는 드라 계곡 속의 강.

와르자자트 강 위로 솟은 언덕의 요새 도시 아잇 벤하두에는 현재 단지 10여 가구만 남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본격적인 탐험을 위하여 요새 안으로 들어가보면 주택 색깔이 주변의 말라비틀어진 사막의 땅빛과 똑같은 붉은 갈색임을 발견하게 된다. 조그만 골목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이 곳이 지닌 시대를 초월한 듯한 이국적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이제서야 왜 수많은 할리우드 감독들이 이곳을 선택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베르베르족들이 수 세기에 걸쳐 삶을 꾸려왔던 모습을 상상하며 주변으로 뻗은 사막과 오아시스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은 험난했던 버스 여정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했다.



사막에 자리 잡은 모로코 속 할리우드


▲ 와르자자트 입구에 세워진 유명한 타우리스트 카스바.
아잇 벤하두를 뒤로 하고 다시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웅장한 도시 와르자자트에 도착하게 된다. 와르자자트는 사막 중간에 위치한 고원 위에 세운 도시로 오아시스, 카스바, 녹음이 우거진 계곡들이 골고루 섞여 잘 조화된 곳이다. 내가 방문했던 6월에는 이미 여름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기온이 그늘에서도 45℃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온종일 찜질방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습하지 않은 기후 덕분인지 가끔 쑤시곤 했던 어깨와 손가락 마디의 통증이 완전히 씻은 듯이 사라진 것이 신기했다.

▲ 사하라 사막에 들어서기 전 세워져 있는 ‘낙타 횡단주의’ 경고판이 관광객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이러한 더위가 견딜 수 없다면 도시를 벗어나 아틀라스 산맥으로 올라가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이러한 대비적 모습 때문인지 많은 영화 관계자들과 탐험가들, 유명한 소설가들이 한가로운 휴식을 취하고자 이곳에 와 오랫동안 머물다가 갔다고 한다. 와르자자트는 브레드 피트의 최근 영화 ‘바벨’이 촬영된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자신들이 직접 본 브레드 피트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렸다.


와르자자트 도시 주변에 위치한 오아시스와 사막 곳곳에는 반드시 방문해봐야 할 곳들이 산재해 있다. 야자수 나무들이 무성한 오아시스와 주변의 이국적 매력을 지닌 카스바들이 먼 길을 달려온 여행자들에게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끔 해준다.


와르자자트를 근거지로 하여 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촬영되다 보니 이곳은 ‘모로코의 할리우드’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는 그런 명성답게 ‘아틀라스 스튜디오’라는 영화 스튜디오 테마공원을 방문해 볼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게 된다면 이곳은 반드시 들러봐야 할 것이다.


▲ 오래 전 대상(隊商)들의 여정을 보여주는 표지판. 자고라에서 팀북투까지 52일이 걸린다고 적혀 있다. 자고라에 들리는 모든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와르자자트 시가지가 끝나는 경계선에서 유명한 타우리스트 카스바(Kasbah of Taourist)가 있는데, 실제로 방문해보니 그저 몇 가지 흔적만 남은 텅빈 공간이어서 실망이 컸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그 앞에 벌어진 삼일장 모습에 그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마치 5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장터에서 흥정에 바쁜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 국가에서 온 여행자들이건 간에 이들의 마음을 한 동안 훈훈히 덥혀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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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
글쓴이 : 우주와 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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