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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여행(B-2)

Jay.B.Lee 2006. 12. 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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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반경 다시 찾은 프라하 중앙역(Praha hlavni nadrazi:프라하 흘라브니 나드리쥐)이 눈에 조금 익숙했습니다.
지하 1층엔 작년과 마찬가지로 더럽고 술취한 거지들이 이곳저곳에서 자릴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개를 데리고 있는 거지도 여전히 있었고. 개도 주인을 잘 만나야하는 법입니다.
승객들이 거의 떠난 텅빈 역안이 기분이 좋을리  없으나 작년의 경험으로 조심해야 할 대상은 거지들이 아닌 젊은이들인 것입니다.
어느 곳이던 기차역이란 크면 클수록, 좋은 시설을 갖추면 갖출수록 거지들이 많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노숙자(Drifter)도 광의에서 본다면 거지의 정의에 포함되기 때문에 예외는 아닙니다.


일년전의 기억을 더듬어 안내 데스크를 찾아 밤 10시 반 정도 폴란드 카토비체로 가는 기차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여행시엔 꼭 물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내계 직원인  뚱뚱한 아줌마는 저녁늦게 찾아온 동양 손님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모두가 귀찮은지, 자기 업무를 잘 숙지 못하고 있는지 밤기차는 모두 떠났고 내일 아침에 오라는 것입니다.
기차가 없다고?
가방에서 즉시 인터넷  Rail Europe에서 인쇄한 당일  기차 출발시간 도착시간이 정확히 기재된 프린트물을 꺼내  보여주니 다시 컴퓨터로 확인한후 몇번 창구로 가라고 말을 합니다.
미안한 기색도 부끄러움도 조금도 없습니다.
기차표 매표 창구도 텅비어 있고 외국인을 위한 창구에도 뚱뚱한 아줌마 직원이 앉아 있었습니다.
인쇄물을 보여주며 카토비체까지 쿠셋(간이 침대)을 원한다고 했더니 컴퓨터로 조회하더니 모두 예약되어 자리가 없다 했습니다.
그러면 다시 방금 떠나온 민박집으로 돌아가야 하며 내일 하루 낮동안을 기차에서 보내야 하므로 뭔가 잘 못 풀리고 있는 느낌이 들어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해서 여직원을 빤히 쳐다 보았습니다.
여직원은  내가 금방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자 다시 컴퓨터로 조회한후 밑칸은 자리가 없고 중간 자리가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습니다.
 자본주의로 전환한지  십수년 밖에 되지 않았어도 처음부터 남은 침대는 중간 칸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얘기해 주면 아니되나.
 내가 언제 제일 밑칸을 달라고 했나.
그저 써비스 정신의 부족이 옛 사회주의의 폐습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애써 그들을 위해 변명해 봅니다.
어쨋던 뚱뚱한 것도 *죄악일지니!
 기차표를 받고 나니 긴장이 풀렸다.
나일 들어가니 거꾸로 긴장이 풀린 다음에야 소변이 마려웠고 기차내에서 해결하는 것보다 역 화장실이 더욱 편리 할 것 같아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화장실 앞에 씌여진 금액을 보니 정말로 동유럽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유료 화장실이 아님 유럽이 아닌 것입니다.
 화장실 입구에 무언가 숫자가 보였습니다.
짐작으로 위에 있는 작은 금액은 소변이고 밑의 큰 금액은 대변이고 큰 금액(?)을 내면 아마도 휴지를 쥐어 줄 것입니다.
작은 금액을  동전으로 내었습니다. 
약 300원 정도였습니다.

 

*<일곱 가지 죄(Seven Deadly Sins)>

Pride(교만),Envy(시기),Wrath(분노),Sloth(나태),Greed(탐욕),Gluttony(탐식),Lust(정욕)-로마시대 그레고리황제가 정리한 죄라고 합니다. 기독교와 무관.
 모간 프리만과  브레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Seven"은 이 일곱가지 죄를 상징하며 , 살인자는 이에 해당되는 자들을 골라 살해합니다.정년을 앞둔 모건 후리만과 후임형사 브래드 피트는 연쇄 살인마(스펜서 트레이시-유수얼 서스펙트 주연)를 추적해 갑니다.


<참고>
 체코의 화장실 표시는 남자는 M 혹은 muzi/pani 여자는 Z  혹은 zeny/damy 로 되어 있으나 대부분 만국공통표기 남자,여자 그림에 의존하면 됩니다.
 대부분 특수한 곳을 제외하고는 깨끗하다는 표현보다는 더럽지 않다는 편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순전히 시설들이 오래된 탓입니다.

 체코의 화폐단위는 꼬론으로 1유로당 30꼬론.


  

*<베르린 천사의 시(Der Himmel uber Berlin)>

    독일 영화의 거장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이 피터 헌트게와 공동으로 집필한 씨나리오를 가지고 만든 영화.
    빔 벤더스 감독은 전설적 쿠바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만든 걸작 음악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크럽"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흑백으로 만든 아주 독특한 영화로 베르린(세상)을 내려다보는 천사의 연민의 시선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가진자와 배운자,권력자들을 괴롭히며 범행자백을 받아 내던 "형사 콜롬보"의 Peter Falk도 잠시 출연합니다.
    Remake 작품으로는 "City of Angel"이 있으며 니콜라스 케이지와 맥 라이언이 주연으로 나옵니다.

 
    "아이가 아이였을때 이런 말들을 하곤 했다.
     나는 왜 나이고 네가 될 수 없을까?
     나는 왜 여기에 있고 우주의 끝은 어디에 있을까?
     언제부터 시간이 있었고 또 그 끝은 어디일까?
     태양 아래 살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듣는 것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조각은 아닐까?
     악마는 존재하는지,악마인 사람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나일까?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만 나일 뿐인데 그것이 나일 수 있을까?"-영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