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과 이주기

재건축 이사 이야기(3)

Jay.B.Lee 2025. 2. 6. 00:00

포레온 아파트

 

이삿날이 가까워지면서 종종 만나면 잠시 잠시 얘기하던 4층 이웃에게 전화를 했다.

호주에 살다 온 것으로 아는 그분은 꼭 김국진을 닮았다.

 집에서 포도주 한잔 하려고   술을 하시냐 묻자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사하기 저 전에 전 식사를 한번 하자는 걸  시간이 없어 아파트 단지 앞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나누었다. 

청년 같아 보이는 60대 중반인 그분은 항상 쾌활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여러 가지 알바를 했다.

어느 때는 투표장 알바를  간다고도 했다.

그분 부인이 동대표로 나섰을 때 그 부인을 밀어준 적이 있다.

동대표는 관리 사무소에 건의할 사항을 남편을 통해 나에게 구하기도 했다.

그분은 최근 정보 통신 기술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사진을 보여주었다.

국가 공무원으로 , 호주, 홍콩, 아프리카등에 주재했고 북미등 이곳저곳 출장을 다녔다고 한다.

그분의 직업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커서 홀로 된 102세 된 아버지 이야기를 장남도 아니면서 돌봐드렸다 

마음 약한 사람이 부모를  돌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효자가 되는 것이고 

아버지 집에 카메라를 설치, 움직이시는 게 감지되면 전화를 하곤 한다고 했다.

비교적 건강하시다 지난여름 돌아가셨다 

돌아 가신 후 불협화음이 없게 자기가 나서 1/n로 상속  재산을 나누었다고 했다.

두 부부가  조용히 살아 자녀가 없는가  했더니 딸과 아들이 있고 아들은 아프리카에서 일하고 있다 한다

이분은 이사 후 내어 놓은 폐가구와 폐가전 사진을 아파트 위에서 찍어 두었다가 내게 말끔히 정리된 사진을 보내왔다.

혹시 처리하지 못하고 남은 게 있다면 내가 가야만 했다 

플라스틱과 철봉으로 된 간이 옷장들은 폐가구 신고 않고 재활용품으로 두고 왔는데 돈이 되니 그냥 다 가져가 버린 모양이다 

사진 : 3단지 체육대 건너. 체육대 건너가 올림픽 공원이다

5층, 밑의 집 이웃(나보다 한 살 더 많다 )에게도 인사하기 위해 아침 문을 두드리자 아무도 없다.

3주 전 정도 이사 간다고 인사는 미리해 두었었다. 

전에 가전 대리점 사장을 하다 지금은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분이다

시간 나면  자전거를 타고 해서 나도 종종 가전거를 타고해서 자전거 얘기하며 친해졌는데 늘 친절했다.

그런데  얼마전 안 사람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한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곧 이사 가신다면서요. 그런데 그 아파트 -아파트 앞 상가를 보니 틀려먹었어요  "

지하철 입구공사 , 학교, 복지센터 공사등이 진행 중이라 어수선하지만 어디 새로 입주할 사람에게 할 인사인가.

'축하합니다. 그곳에 가셔서도   행복하게 사세요'

정도의 인사면 족하지 않을까.

세상에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지만  7년간의 오만 정이 다 깨지는 발언이다 .ㅎㅎ 

사진 : 단지내 많은 조형물중 하나

 

아들이 목사라는 노부인은  아파트에 홀로 사는데  봄이면 집안 화분들을 아파트 입구에 내놓곤 했다.

아파트 동 주민을 위해 내가 화원에서 꽃을 사다 화분에 심어 놓으면서   물을 주고 친해졌었다.

화분에 써놓은 글씨 -한글을 보고 아 초등학교 정도 나오신 분이구나 짐작했다 

목사님 아들을 두어선지 학벌에 비해 늘 조신했고 교양이 있었다 

그분은 자주 보기 어려워 두어 달 전 길에서 만나 이사 간다 인사를 해두었다.

 

전에 살던 아파트 청소팀장(여)은 7시 정도 된 중후한 아주머니로 꽃을 키우는데 소위" 금손"이었다.

아파트 고덕천을 건너오는 다리 입구라든지 우리 사는 동 뒤로 꽃나무를 심고 화분-특히 국화를 두고 가꿔 봄부터 가을까지  쉴사이 없이 꽃들이 피었다.

본인이 여름휴가 갈 때는  나에게 물 좀 뿌려달라  부탁하던 분이다

관리 소장이 바뀌면서 꽃 기르기보다 본연의 청소에 치중하라 해서인지 작년부터  단지 내 모든 화분을 치워버리고 말았다.

고향이 아산이어서  고향에서 가져온 국산 도토리 가루를  사지 않겠냐 해서 팔아 준 적도 있다.

12월 길에서 만나 이제 이사한다고 인사를 했다 

그동안 덕분에 이곳에서 재미있게 지내다 간다고 했다.

자기도 12월 31일 자로  그만둔다고 인사를 했다.

4단지 정원 중 하나. 

 

이사당일 아침 8시 , 연락이 왔다 

통인 강동지점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6층 거실 밖엔 사다리가 올라와 있었다 

이삿짐을 싸는 동안 옆집 아주머니가  이사 직원들과  우리를 따듯한 차를  내왔다.

7년 반 전 우리가 처음 왔을 때 엄청 반가워했다.

신혼부부보다 나이 지긋한 분들을 이웃으로 두고 싶었나 보다.

안사람을 보고 동년배인 줄 알았더니 10년 위라고 조금은  실망한 듯했었다

남편은 전형적인 충청도 청주 사람이어서 나와 고향이 같아  동향인으로 정이 많이 갔다

김장철이 오면 시골에서 날 잡아 형제들과 조카들까지 모여 김장을 한다면 꼭 우리 집에 김장 김치를 가져다주곤 했다.

우라가 먹는 김장과 간이 달라 입에 맞지 않았지만 어쩔수없이 정성의 맛으로 먹었다 

그 사이 아들 둘은 장가를 갔다.

가끔 주말이면 유모차가 세워져 있고 아기 자동차도 보였다.

 아들과 며느리가 주말에 오면 시끌벅적했다.

남편은 밖에 나와서 나와 그동안 재미있었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사진: 재건죽 단지내 유일하게 남은 동산 .

        전에 동산 뒤에 살아 동산을 정원처럼 사용했다. 

        지금은 동산 앞으로 추첨되어 살게 되었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작년 초여름부터 돌봐준 고양이들이었다 

고양이 사료를 주던 분이 이사가 우리 부부가 그 후 계속 주었다. 

항시 깨끗한 물과 사료를 주면 다음날 아침이면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있었다.

우리 동 담당 청소부 아주머니가 내가 고양이 사료 주는 걸 알고 집에 개를 키우고 있다며 자기가 대신 사료를 주겠다고  남은 사료를 달라고 했다.

안사람은 사료 한 포를 사주고 가자고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사료가 다 떨어지더라도 멀지만 다른 아파트에서 고덕천으로 통조림과 사료를 가져다 주는 부부가 있어 굶어 죽지는 않을 거라 위안하며 그 녀석들과도 작별했다. 

앞으로 시련이 닥쳐온다면 그네들의 운명이다

11시 반 부동산 소개소에서 새로 입주할 예비 신혼부부를 만나 관리비를 정산했다.

부동산 소개소 사장을 만나 7년간 전세집 옮기지 않고 편하게 지내 경비면에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세종시 집주인에게 물건을 이 부동산 소개소에 꼭 내어놓아 달라고  간청한 것도 그간 고마움을 보상 하고 싶어서였다.

소유주는 은 그 분과 살을 섞었냐 뼈를 섞었냐 라고 말은 안했지만 맘에 들지 않는듯 했으나 결국 본인을 위해서도 좋았다

계약서상 만기일보다 8개월이나 일찍 나가는 것이어서 부동산 소개료를  내가 부담해야 했다. (보증금의 0.3%)

허나 7년여동안 집을 내가 관리하고 장기간 산 관계로 0.15%로 합의를 보았다.

변기가 금이가 대림 변기로 교체시키고  , SH 날림 공사탓에 거실 타일이 두장   떨어진걸 내가 직접 타일을 사다 수리했다.

화장실 뒤 배수관에서 물이 새었을 때 밑집에 물이새어 고소받기전에 고치자고  서둘러 하루종일 고생하며 수리한 일등등이다 

전세보증금을 받는 날  소유주가 세종시에서 서울에 온다고 하다 불발을 낸뒤 부동산 사장은 모든 일을 대신 잘처리해 주었다.

함께 부부가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는 그들은 사람이 참 좋았다.

그들에게 소개해준 사촌형은 운이 없어 2년마다 집을 옮기면서 친해져 가끔 놀러가 말동무도 하고 밥도 사준다했다

모든 정산을 끝내고 예비 부부에겐 음식물 처리장 열쇠를 편지와 함께 봉투에 넣어 주었다

언제가 읽은 적이 있는데 세입자가 전에 살던 세입자가 남긴 편지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살던 집  현관및 집 코드와 음식물 처리장 코드도 써주고  

그들이 앞으로 살집에 대한 주의점과 앞으로 새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라는 인사를 남겼었다. 

이사 후 예비 신부가 전화가 와 편지가 있는 줄 몰랐다면 너무 감사하다고 전화가 왔다.

 

대부분의 가구를 버리고 가고  이삿짐을 대충 미리 싸놓아 그네들이 차에 싣고 떠나기까지 한 시간 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 

따듯한 이웃이 있어 안사람은 이웃집에  계속 머물러 있었고 난 국민은행 고덕지점으로 갔다.

새 아파트 단지 앞 둔촌동 국민은행지점에는  늘 대기 고객들이  붐벼 오래 걸릴 것을 계산해 두었다. 

전세 보증금을 세종시 집소유주를 거쳐 국민은행으로 이체하고 3억 7천만원의 대출금  상환후  종이로된 "상환 확인서"를 받자 모든 절차가 끝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