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의 작별 준비
<원주 반계리에서 만난 행운의 고양이>
<이스탄불 에서>
<이스탄불에서>
<튀르키예 사폴란볼로 에서>
<튀르키예 사폴란볼로에서>
형제 중에 마음 약한 사람이 부모님을 모신다는 이야기가 있다.
효심을 빗대어하는 말이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요즘 같이 자식이 하나인 세대에게는 다른 의미다.
지난봄 아파트 앞 정원수 뒤에 항상 놓여 있던 고양이 밥그릇과 물그릇이 계속 텅 비어 있었다.
고양이 밥 주던 사람이 이사 간 거라 짐작했다.
며칠을 두고 보다 고양이 굶을까 걱정된 우리가 코스코 간 김에 10Kg짜리 미국산 고양이 사료를 샀다.
아무래도 미국산이라 닭고기 함양이 높아 잘 먹으리란 짐작이었다.
그 후 사료 그릇이 매일 비워지는걸 보면서도 어느 녀석이 와서 먹는지 상면할 기회가 없었다.
드디어 상면한 날.
초저녁 호랑이 가죽처럼 무늬가 화려한 큰 고양이 한 마리가 열심히 먹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외에도 가끔 나타나는 중 고양이 두 마리.
검정과 흰색이 잘 조화를 이룬 한 마리와 녹색 호랑이 무늬를 한 한 마리는 형제인 듯했다.
큰 고양이의 새끼로 짐작했다.
그렇지 않음 큰 고양이 등장 시 후다닥 도망가버릴 것이다.
우리 부부는 고양이를 위해 우리 먹을 고기와 생선도 나누며 조금씩 사료 통에 얹어주었다.
저녁이면 주자창 들어가는 벽 위에 날름 앉아 기다리던 얼룩이 냥이.
내가 잠시 다른 곳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으면 고양이 밥 주고 오라는 안사람의 성화가 있을 만큼 열심이었다.
안사람에겐 과거 15년 7개월을 우리와 살다 간 뎅뎅이를 떠올리는지 모른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고양이를 박대하는 나라도 드물다.
고양이는 요물이란 인식과 옛날에 는 약으로 먹는다고 잡아먹는 사람도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으니까(실제 본적은 없다)
왜 길냥이에게 밥을 주어 번식하게 하냐고 논쟁 여지가 남은 나라다.
크로아티아 드부로부니크에 골목길에 아이들처럼 조용히 앉아 있던 흙갈색 고양이 10여 마리.
그들은 밤의 제왕이었다.
"이야" 가는 그리스 산토리니 골목길 집엔 30여 마리의 고양이가 득실 거려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다.
담장 창살엔 고양이 사료를 위해 기부를 부탁한다고 잠을쇠 달린 나무 통이 매달려 있었다.
순간 "고양이로 관광객을 상대로 앵벌이?"
하나 생각을 고쳐먹고 순수하게 받아들여 돈 통에 2 Euro를 넣었다
이스탄불 술탄 아흐멧 거리에서 아침 길에 나와있는 십여 마리의 고양이들을 유심히 보았다.
밤새 싸웠는지 콧등이 성한 놈들이 없었다.
고양이를 보고 있던 나에게 재미난 걸 보여주려는지 카펫 가게 직원이 손뼉을 몇 번 치자 고양이들이 그를 에워쌌다.
그는 자루에 든 빵을 잘라 고양이들 앞에 뿌리기 시작했다.
(이스탄불에선 먹다 남은 빵을 비닐봉지에 넣어 문 앞에 걸어둔다)
그리스 북부 "마테오라 "수도원 중 수녀들이 수행하는 수도원이 하나 있다
수도원 앞엔 영양상태가 좋은 고양이 대여섯 마리가 관광객들을 보고있었다
수도원에서 관리하는지 깨끗한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돌이켜 보면 적어도 다른 나라에선 고양이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북한산에 매일 올라 고양이를 부르며 사료를 주던 분.
대치동 다세대 주택이 재개발되자 빈 자기 집을 찾아가 매일 길냥이 밥을 주고 오던 지인 부부도 있다.
친구 부인은 영등포 아파트 공사장에 살던 고양이들에게 고급 통조림을 주었다.
다른 사료 들고 나온 사람들은 고양이들이 친구 부인 목소릴 따른다고 투덜 대었다고 했다.
아파트 고양이 살해 사건이 일어나자 CCTV를 돌려 정황적 증거로 세탁소 배달 청년을 지목, 친구부부는 경찰에 고발했다.(결과는 모르지만 동물 학대죄는 좀 더 엄해야 한다)
내가 살던 아파트 재건축으로 모두가 이주한 1년뒤 휑한 아파트에 큰 가방을 메고 이곳저곳 다니며 중얼거리던 여자분이 있었다..
처음엔 정신줄을 놓은 여자인가 했다.
알고 보니 고양이들을 찾아 , 부르며 사료를 주는 분이었다.
한 달 전에 서울 숲에선 고양이 집까지 지어 주고 배낭에 사료와 물을 지고 오는 분도 보았다
한강 미사 산책길에선 부인 몰래 일주일 한번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가는 노인을 만난 적도 있다.
생선을 뜯고 있는 고양이는 병들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한국의 길냥이 평균 수명은 2년 7개월 정도로 알고 있다.
질병,사고 ,굶주림등으로 수명이 짧다
몇 달 전에 아파트 관리소에서 방송을 했다.
민원이 들어와 "아이가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고양이가 차를 긁어놓고 있어 고양이 사료 주는 걸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궁색한 이유인지!
고양이가 왜 차를 긁으며 고양이 발톱에 차에 어떻게 자국이 나는가 말이다
고양이를 무서워할 정도면 이 나라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아이다.
본인이 고양이 싫다는 얘길 요즘" 없는 말을 지어내는 작자들"을 닮아 <주작>을 하고 있다.
어젯밤엔 고덕천에 나가 가볍게 운동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멀리서 아기 유모차를 끌고 오는 키가 큰 부부를 만났다.
가까이 오자 아기가 아니었다.
남지는 유모차에 고양이 빈 밥그릇과 통조림 몇 개를 싣고 부인은 큰 고양이 사료통을 들고 있었다.
얘길 하다 보니 우리 집 아래쪽에 고양이 집 서너 채를 지어주고 사료를 주러 오는 분들이었다.
자이 아파트에서 온다니 멀리서도 온다.
아마 그 숲에서 사는 고양이가 내가 주는 사료도 먹고 가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허기가 지지 않아 초저녁부터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던 거다.
내년 1월 초 우리가 이사 가면 누가 냥이 사료를 줄까 내심 초조하게 걱정하던 우리였다.
우리 부부는 이제사 마음이 놓인다.
떠나면서 걱정을 한시름 붙들어 놓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젊은 부부에게 많은 축복이 함께 하기를!
적어도 냥이들이 굶어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