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좋은 생각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Jay.B.Lee 2024. 9. 14. 07:00

 

아르메니아 Yerevan 근처 Garni 계곡.

미얀마 바간

튀르키예 사프란 볼루

튀르키예 Kars 가는 길

 

 

아르메니아 Yerevan 외대생들.

미얀마 Mandalay

그리스 로도스 섬

이스탄불 실크 쿠션 가게

튀르키예식 카흐베(커피)

노르웨이 오슬로 

튀르키예 국민 간식 시미트

아르메니아 Sevan 호수

미얀마 양곤 차이나 타운 

이스탄불 탁심 광장 

튀르키예 ,보아즈 칼레 -귀갓길

 

틈틈이 읽던 책의 권수가 적어진 걸 보면 전보다 독서 열정이 적어진 건 사실이다.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구차한 변명인걸 안다.

넷플렉스 영화가 재미있어도 영화관이 아닌 이상  1시간을 지나면 중간에 멈춤을 누르고 10여분 쉬어야 한다.

 요즘은 다음날 아니면 며칠 후 보는 일도 있다.

책도 우선 글자가 커야 한다.

집중력 저하로 첫 장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언제나 마음은 책과 함께 있다.

책을 읽으면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발췌해 놓기도 하는데 이젠 이일도 버겁니다.

나이 80 넘어 책을 읽으면 미친 x이란 말도 있다(그 나이 먹도록 깨달음을 얻지 못했느냐는 물음의 의미도 있다)

아직 80이 되지 않아 그 범주에서 벗어나  자유롭다

팬데믹 기간 동안 해외여행은 잊혀 갔고 이젠 체력에 자신이 없다 

패키지여행이 아닌 한 달간 홀로 자유여행을 하는 건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여행에 대한 열망의 불씨를 찾아가 위해 오랜만에 읽어본 책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정지우 지음 

여행 인문학 책이다

아래 내용은 책의 일부를 발췌한 글이다.

2015년 출간.

 

"단단한 각오로 여행길에 나서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무의식적인 이든 우연에 대한 갈망이 있다.

여행을 떠나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여행길에 올랐다고 해서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많은 경우 여행자는 도시의 표면만을 거닐 수 있을 뿐이다.

도시와 사람 풍경을 구경할  뿐 그곳에 사람아 가는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내 안의 기억 감수성 상상력의 가장 활발하고 생동감 넘치는 작용 속에서 다른 누구와 같지 않은 나만의 고유한 길을 통해 그 도시와 만난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경험들은 대부분 사람과 관련되어 있다.

나는 새로운 도시를 사랑하고 새로운 사람과 우정을 나눈 것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죽음 앞에선 삶처럼 어김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좋았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행자는 모든 것과의 이별에 익숙해진다.

여행자에게 경험한 모든 것을 등 뒤로 보내야 한다는 숙명이 주어졌다.

여행에는  근본적으로 "덧없음"이 있다.

 

여행자가 이별에 익숙해진다면 것이 이별에 무디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여행 끝에 다가갈수록 여행자는 각도시의 일몰에서 , 도시를 떠나는 버스 밖의 노을에서 더 깊은 슬픔을 누린다.

삶이란 결국 가장 기뻐하고 가장 슬퍼할 때만 진정으로 두렵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떠나는 것이 아니다

머무르는 데 있다.

이곳에서는 의무와 책임, 삶을 지탱하는 모든 것들이 놓여 우리와 동거하고 있다.

떠난다는 것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이자  해답이다.

나를 규정해 왔던 것 , 나를 얽매고 살아가게 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이미 하나의 죽음이다.

 

삶의 시간 속에서 온갖 환상들을 축적한다.

떠나지 못한 여행, 이루지 못한 꿈, 고백하지 못했던 사랑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다.

 

여행은 삶을 견디고 바꿀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선물하고 우리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며 , 또 한편 우리를 허무한 욕망의 사슬로  이끌기도 한다

최고의 것에는 항상 최악의 가능성이 감추어 있듯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의 여행이 최고의 것이 될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고민하고 조율하고 망설이되 너무 늦지 않게 출발하여야 한다

죽음은 저 멀리서부터 착실하게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현명한 여행은 틀림없이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선물해 주고 우리를 새로운 지평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글들은 책의 중간 중간 발췌문이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행의 감각이 조금은 살아나는 것 같아 기쁘다.

골프장이 문을 닫은 겨울이 오면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골프채를 매일 만진다는 뉴욕 현지 법인 지사장의 얘기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