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언어 발달 관찰기
누르면 다 통하는 세상으로 인식하는 손자
손자가 이제 31개월 하고 며칠이 지났다.
외국인들에게 생명이 잉태된 때로 부터 카운트하기 시작하여 출생 즉시 한살로 계산하는 동양의 방식을 설명해주면 그네들은 생명을 존중하는 심오한 사상에 감탄한다.
태어나 한달도 안되 해가 바뀌어 또 한 살 먹어 두살(음력 12월생이다)로 쳐주는 황당한 내 경우가 싫어 나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손자를 서양식 개월수로 계산하면 편하다.
손자를 어떻게 하면 잘키울까 온갖 정성을 쏟는 며느리를 보면서 책점 육아 코너에서 "부모들이 읽는 아이들 생생 심리학"을 샀다.
우리가 먼저 읽고 며느리에게 주기위해서다.
그 다음엔 내년 봄에 아기를 낳을 딸과 사위가 읽으면 된다.
그림과 설명으로 되어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만든 책이다.
아이들 심리학책을 읽는 동안 지난날이 몹시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아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무지한 수준'으로 키운 것이 아니었나 자책감이 든다.
다시 돌아 갈수 만 있다면 .....
사람들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는 손자는 늘 표정이 밝다.
"외벌이" 하는 아들이라 전업 주부인 며느리가 늘 함께 있어 아이에겐 천만 다행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아들 내외가 손자를 맡겨 놓고 외출을 했다.
그 사이 손자 말이 얼마나 늘었는지 주의 깊게 본다.
아인 아빠 엄마가 없는 동안 할머니 집에서 초코렛,비스킷,요거트를 먹을 수 있어 아이는 더 신이 났다.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던 은박지에 싼 초코렛이 딱딱해 보여 잘라주려 하자
"나 ,그냥 먹을 수 있는데"
어린 마음에 잘라서 한쪽만 주면 어떻하나 싶었나 보다
무엇이든 한개 먹으면 더 달라는 아이가 아니다.
삼키거나 깨물지 말라는 말을 따라 한개를 입에 넣고 천천히 빨아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며느리가 딸과 전화하다 "원우야,고모에게"고모 보고 싶어요'"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손자가 전화기에 대고 엄마 말을 쫓아 인사를 하더니 전화를 끊고는
"고모,안보고 싶은데..... "
손자의 의사 표현이 솔직하고 점점 확실해 진다.
고모는 자주 만나지 못하고 놀아주지 않아 기억에 없다.
손자에겐 제일 이쁜 사람은 가장 많이 놀아주는 이모와 친할머니다.
집에서 풍선얘기가 나오자 손자가 말을 했다.
"지난번 풍선 못생겼어요,할아버지, 다음엔 예쁜 풍선 보러가자.예쁜 풍선 보러 꼭가자"
무슨 얘긴가 했더니 분당 새 상가에 개업식하느라 세워 놓은 키 큰, 흔들 거리며 춤추는 풍선 얼굴이 괴이하게 보였나보다.
약속을 하긴 했는데 예쁜 풍선이란 무엇일까 ?
손자를 데리고 어린이 놀이터에 갔다.
손자는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편이나 생각이 깊은 것인지 겁이 나는지 익숙하지 않은 것엔 선뜻 나서지 않는다.
시소를 태워 주려 하자 망서리더니 재미가 들려 내가 반대편에서 앉아 태우곤 한참 놀아줘야 했다.
오는 길에 고양이도 보고 개미도 보고 거미와 거미줄도 보고 이것 저것 물어 보아 한참이나 걸린다.
아내가 손자에게 무엇하고 놀았나 묻는다.
"원우야,할아버지와 시소타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고 재미있게 놀았지요"
"아팬다운(UP and Down)야?"
가끔 집에서 아들이 영어로 손자에게 말해주는 것이 생각났는지 우린 깜짝 놀랬다.
저녁 앞동산에 까치가 우는 소리만 나지 보이지 않아 창문으로 종종 까치를 보던 손자는 답답한 모양이다.
"할머니,왜 까치가 않보여요?"
"음 ,까치가 저녁이 되어서 이제 나무 위에 있는 자기집에 잠자러 가느라 내려오지 않는거예요"
아내의 설명이다.
"새둥지야?"하는 손자 한마디에 우린 무색해지고 말았다.
아이들은 우리 생각 보다 빨리 자라고 말을 빨리 배우는 것 같다.
우리도 빨리 나이 들어 가고 있는 게다.